[감정의 기하학]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는 수많은 장면이 머물러 있습니다.
어느 날 바라본 하늘, 오래 머물렀던 창가, 함께 걸었던 길,
그리고 별것 아닌 듯 지나쳤지만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는 순간들.
저는 그런 장면들을 선과 면, 색과 형태로 다시 바라봅니다.
삼각형과 사각형, 반복되는 선과 겹쳐지는 면들은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시간을 지나며 마음속에 남겨진 기억의 조각들입니다.
작품 속 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하나의 장소라기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풍경에 가깝습니다.
벽과 창, 하늘과 나무, 빛과 그림자 사이에 작은 흔적들을 남기고,
그 사이를 이어가는 선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변해가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품 속에 머무는 작은 요소들은 저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새, 달과 별, 나무와 와인잔처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관계, 그리고 마음의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것은 일상의 풍경이 되고, 어떤 것은 기억 속에 남은 장면이 되어
화면 안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의 작업은 공간 속 구조와 흔적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그 공간을 지나온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장소에는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가 남고,
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면 속의 선과 면은 서로 만나고 겹쳐지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새로운 기억이 되어
우리의 마음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은 공간의 모습보다
그곳에 머물렀던 우리의 마음과 시간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관람객의 기억 속에도 저마다의 풍경이 떠오르기를 바랍니다.